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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th Keeper

#아오이_아카리 #쿠로츠키_타쿠야 #쿠니토_카오리 #유텐지_코야리 #마요나카_카스미소우


유메노미치 학원 소속 3학년
아오이 아카리

    아카리는 휴게 공간의 벤치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각 아이돌의 대기실이 모여있는 복도의 끝에 나 있는 자그마한 그곳에 있는 사람이라곤 아오이 아카리 한 명뿐이었다. 라이브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위치의 대기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잠긴 것 같다느니, 움직이다 망토가 엉키면 어쩌냐느니, 검을 놓칠 것 같다느니….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돌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엿듣는 것도 시간을 죽이는 데에는 나쁘지 않다.

    “곧 최종 리허설… 아직 환복도 안 하셨네.”
    “설마 의상이 아직 도착 안 했어요?”
    “…이제 들어갈 거라.”


     의상은 처음 대기실을 배정받았을 때부터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멤버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치수나 소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은 끝내놓았고, 너무 이르게 도착했는지 시간이 남은 김에 한차례 다림질도 해 두었으므로 문제가 있을 리는 없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초면의 스태프들과, 그것도 리허설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일이 떠들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으므로 아카리는 고개만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기도 담당 프로듀서 없는 학교잖아.”
    “그리고 다 1학년이래. 한 유닛에서 다섯 명이나 나온다던데?”
    “리더가 고생이네.”
 

    아오이 아카리는 웃었다. 웃었던가? 적어도 그 말에 공감하지는 않았다. 소속을 본답시고 명찰에 적혀있던 학교와 이름을 확인했으니, 곧 출연진 명단을 보면 그 고생하는 리더가 아오이 아카리 본인임을 알아차리겠거니 생각했다.

    휴게 공간에서 나와 빈 물병을 복도에 놓인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옆으로 대기실을 세 개쯤 더 지나쳤다. 그리고 다다른 유닛의 이름이 적힌 문을 손님이라도 되는 양 노크한 후에야 문고리를 돌려 열어젖혔다. 어릴 적부터 몸에 밴 행동 양식이기도 했고, 어쩐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혼자 살게 된 지도 어느덧 일 년을 꼭 채웠으니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버릇이란 게 참 무섭다. 이제는 정말 고쳐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이미 환복을 끝마친 아이들이 너도나도 말을 걸어왔다.

    “어디 갔다가 이제야 와? 긴장해서 도망간 줄 알았어.”
    “그럴 리가 없지 않나요.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거야?”
    “이번에도 리더가 디자인한 거야? 예쁘네, 이거!”
    “네에, 다들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푸른색 말이야. 아카리가 말했다.


    “내가 무대에 섰을 때는 옷이 하늘색이라 난감했답니다. 우리 유닛복은 빨강이었는데 말이야. 타쿠야도 그랬던가요?”
    “네, 그랬죠. 선배도 보러 오셨잖아요…. 선배는 그때도 빨강을…?”
    “그야 아카리 씨 작품이니까?”

    취향은 잘 알겠다는 듯 타쿠야가 고개를 끄덕이고 회장 안으로 발을 들이던 아카리가 그림을 그리듯 이야기했다. 그가 입학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갈 즈음, 아직 오스키퍼의 멤버가 되기까지 반년 남짓의 차이가 있을 때. 아카리는 선배의 추천에 따라 유닛 하나를 만들었다.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으나 교내에서는 일반과에서도 들으면 알 만한 인지도에, 많지는 않았으나 신인 유닛치고는 외부 활동도 간간이 들어왔었다. 그때 촬영한 연예 잡지는 학교 근처 서점에도 진열되었는데, 그의 동생이 처음으로 직접 사 본 잡지였다고 했다.
 유닛 담당 프로듀서가 없으니 선배가 없는 유닛은 고생이 많다거나, 힘들겠다거나 하는 말이 늘 따라왔으나, 실상은 그렇게까지 힘들 것도 없었다. 작곡이야 의뢰를 맡기면 그만이었고 안무 창작과 무대 연출은 재능이었다. 검정과 체크 무늬의 검붉은 천이 번갈아 덧대어진 스커트 형태의 반바지나 작은 모자 장식은 아카리의 취향이 다분히 담긴 작품이었다. 오스키퍼의 의상이 익숙해진 지금 그 의상을 다시 입으라면 영 내키지 않았겠지만, 추억으로 두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아카리가 이전에 소속되었던 유닛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오늘이 되기까지 전혀 입에 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정도였다. 지금의 오스키퍼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이미 그의 선배는 모조리 졸업한 후였고, 남은 학생마저도 같이 이야기 한 번 나누는 일이 없던 탓이었다. 2학년도 반이 지난 후에야 들어와 놓고 마치 처음 만난 유닛인 양 굴어오니 아래 학년은 서류를 본 후에야 그의 예전 유닛을 알아차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상급생의 학적을 조회할 일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오스키퍼도 해체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지기는 했지만. 사실 아카리는 원래도 학생과의 교류가 없다시피 했고, 교내에서의 일 뿐 아니라 그 이전의 과거 또한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으니 정정하자면 상대 쪽에서 대화를 꺼리는 게 맞았다. 어쩌다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모아 ‘혼자 활동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에 한마디 말조차 없던 이유는 그럴 성격도 아니거니와,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시작까지 시간도 남았으니, 리허설이라도 구경할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카리가 둘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아직 빈 객석 사이를 파고들었다.

    생각해보면 라이브의 주제는 ‘시작’이었음에도 당시의 아카리에게는 썩 와닿지 않았다. 신인전은 이미 입학 직후에 한 바가 있었고, 힘들지는 않았다지만 1학년 치고는 여느 선배들과 다름없는 책임이 있었으므로 아카리에게는 시작 단계라고 할 만한 것이 이미 지난 후였다. 성대한 라이브이니만큼 참여 의사를 일찍이 밝혔지만, 라이브 준비가 얼추 마무리될 즈음에서는 내심 후회하는 이들이 많았을 터였다. 동선이며 무대 장식, 파트 배분까지 언제나 완벽한 구성. 대중은 ‘1학년 치고’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며 칭찬했지만, 멤버들은 알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선은 가장 먼 거리를 돌아가는 포지션을 그가 자처했기 때문이고, 공평한 파트 배분은 쉬운 파트만 남겨준 탓이었다. 곤란한 것, 어려운 것,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배당되지 않았고, 리더는 그것이 배려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아카리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일 년쯤 뒤.

    “…그만하고 싶어.”

    그 말이 나오고도 반년이나 허비한 후였다.

    “왜 이렇게 일찍 온 겁니까… 지정석이니까 시간 맞춰 오셔도 늦지 않는데.”
    “카스미나 코야리가 실수하면 놀리려고?”
    “돌아가세요.”

    최종 리허설은 조명이나 소품의 위치, 혹은 동선을 맞추는 것에 그쳤다. 이따금 안무를 취하기는 했으나, 적당한 거리를 가늠하는 정도가 기본이었다. 오스키퍼의 퍼포먼스며 군무는 학원생이나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터였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카스미소우와 코야리는 평소보다 텅 빈 무대임에도 능숙하게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선배로서 준비를 돕긴 했다지만, 연말의 학교 대표로 나간 라이브에 치중한 이후로 소속사 오디션이니 위원회 인수인계니 신경을 크게 쓰지 못하긴 했었으므로 생소한 둘의 모습에 아카리는 제법 놀란 눈치였다.

    처음 서보는 무대, 처음 공개적으로 불러보는 노래. 익숙할 리 없는 라이브를 당연하게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수 없는 연습 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짧은 시간 수없이 오가는 시선이나, 평소 함께하면 알게 되는 상대의 습관이나. 이 사소한 결핍은 덮어놓으면 가장 중요한 때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옆 사람의 보폭이 이렇게 좁았나? 그리 생각하는 순간에 미묘한 뒤틀림은 발생하고, 노래는 이미 저만치 떠나간 후였다. 겉으로는 자신이 다음 동작에서 한 걸음을 더 옮기면 그만인 일이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와중에 생긴 균열은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리허설이 끝나고 대기실에 다시 도착하고부터 본방송을 위해 다시 나가기까지 약 1시간 하고 사십 분. 다섯 중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대가 넓고 오늘은 둘만 설 테니 거리 가늠이 잘 안 될 거예요. 보폭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니 키가 큰 코야리가 조금 줄이는 쪽으로. 카스미는 중앙에 서던 버릇 탓에 중심이 맞지 않으니 한 걸음만 바깥으로…”
    “아카리, 평소보다 잔소리가 많지 않아?”
    “원래 이쪽이 평소랍니다, 카오리?”

    아카리가 장난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더 꼽았다. 마지막으로 라이브 틈틈이 서로를 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입 밖에 내지 않을 만큼 좋지 못한 기억이었으나, 그 안에서도 알아낸 것은 있다. 아카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결코 카스미소우나 코야리, 혹은 타쿠야가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마음은 가끔은 다정한 언어로, 가끔은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가끔은 제멋대로인 태도로 나타난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자, 아오이 아카리 본인이었다.

    본방송 준비를 알리는 사인이 들어오고, 카스미소우와 코야리가 무대에서 내려갈 준비를 한다. 2년 전의 아오이 아카리는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시작. 영 와닿지 않는 글자가 2년이 지나서야 눈앞을 스쳐 간다. 끝에 다다라서야 시작을 마주한다.




    정적을 깨고 아카리는 이야기했다.


    "나의 욕심에 어울려주어 고마워. 약속대로, ──는 오늘의 무대를 끝으로 해체랍니다. 그럼… 시작하자. 더없이 소중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나의…"

    그리고 아카리는 둘을 향해 말한다.


     "카스미, 그리고 코야리. 오늘이 둘의 첫 라이브지? 기대하고 있을게요. 다녀와요, 더없이 소중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도, 계절은 순환하듯. 시작은 끝이 되고 끝은 시작이 되어 돌아왔으므로. 아카리는 이번 4월의 봄볕은 참으로 따스하다 생각했다.

유메노미치 학원 소속 2학년
쿠로츠키 타쿠야

유메노미치 학원 소속 3학년
쿠니토 카오리

유메노미치 학원 소속 1학년
유텐지 코야리

유메노미치 학원 소속 1학년
마요나카 카스미소우